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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유학 : 한국 고교생 시위를 바라보며...

잔인했던 사월, 그리고 오월의 암스테르담에 대하여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 김지하, '푸른 옷'
1. 잔인한 달 사월의 광시곡
잔인함이란 늘 타인의 진실을 '무시' 하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두고 온 고향땅에서 꽃 같은 나이의 우리 학생들이 대학입시라는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 인생의 통과제의의 한 관문 앞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봄이면 꽃바람 타고 그저 꽃 소식 정도나 전해지기를 바랐지만 귓가를 스치는 소식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기성세대가 가슴을 쥐어짜도 그 죄 값을 다할 수 없을 참혹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소식마저도 한갓 바람처럼 지나간다. 그 처절함이 손사이로 흐르고 만다. 절규를 무시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내 마음 속 그 어딘가에 잔혹함의 씨앗이 뿌려져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의 말을 누군가 한번이라도 '그네들'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다독여 주었다면 그네들의 죽음을 저 멀리 한껏 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헛된 죽음대신 지금쯤 학교 앞에서 떡볶이도 사먹고 즐거워하며 한때나마 자신이 자살을 꿈꾸었던 것에 대해서 부모님께 죄송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팝콘 터지듯 하얀 미소를 친구들과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제대로 전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학생들은 자살을 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사회에서 목이 졸려 질식사를 한 것이었을 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모질게도 살아간다.  사월 한 달. 햇살을 본 날이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2. 오월의 암스테르담
오월 오일. 하늘은 푸르고 어린이가 자란다는 그 날 암스테르담에서 강연을 했다. 한국의 각 대학에서 입학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이 유럽 연수를 나왔단다. 입시전문가를 향해서 입시에 대한 강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다.
하늘이 푸르기는커녕 우중충하기만 한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것은 오후 두시. 강연은 삼십 분 후부터였다.
세미나장에 도착하여 원고를 다시 검토하고 서울이라는 먼 곳에서 왔기에 얼굴에 피곤이 그득한 청중 앞에서 강연을 시작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다. 아마도 한국의 2008 교육 개혁과 맞물렸기에 더욱 진지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두 시간을 하기로 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 강연은 세 시간 반을 넘어섰다. 돌아오는 기차시간이 아니었다면 밤을 지새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의를 하며 느낀 것은 강의가 간혹은 뒤로 가더라는 것이다. 그 뒤로 간다는 것은 다시 대학의 개념과 역사 혹은 대학에서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원칙적인 개념 합의가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전에 없이 진지한 토의가 진행되었다. 대학입시로 인해 질식사를 당한 학생들을 위한 추모 묵념이라도 드렸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강연이 길어져 밥도 못 얻어먹은 채 고픈 배를 움켜쥐고 혼자 우둑하니 파리 행 탈리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3.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서울 목동의 출입국 관리소가 난리가 났단다. 그랬더니 정치권에서는 '국적포기권자 대학입학 불가 법안'을 만들겠다고 감히 소리 지른다. 군대문제라는 별 것 아닌 문제로 국적을 저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그렇게 국민을 내모는 나라가 대한민국인가 보다. 부자 되었다고 좋아하고 유월의 함성을 운운하며 광화문을 가득 매운 붉은 인파의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떠남을 이야기해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가 보다.
참 못 생겨졌다. 아이들의 마음에 납덩이같은 무거움과 검붉게 엉겨 붙은 피보다 더 진한 고통이 멍울저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이기라고, 달리라고, 마음의 납덩이와 가슴의 상처는 원래 안고 뛰는 것이라고 오늘도 채찍을 휘두르는 그 땅의 잔인함 앞에서 그깟 국적 포기가 무어 대단한 일일 것인가.
오늘도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아마추어들이 가장 진지한 문제를 다루는 그곳에 윤리가, 원칙이 혹은 사실이 어찌 호흡을 하란 말인가.
군사독재의 철권에 머리가 터져 피가 흐르던 시대의 시가 아직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유효하다. 기다리던 눈들에 햇살이 비춰질 날 국적포기를 했던 그들이 돌아 올 것이다. 조기유학생이라는 멍에를 걸머지고 낯선 땅을 배회하는 아이들이 바람 가득 담은 배를 타고 돌아 올 것이다. 기러기 아빠들의 손도 그저 소주 몇 병이나 담은 초라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멀리서 북해의 갈매기가 우는 소리가 들렸었다.
[윤철오: 현 International School of Paris Coordinator de Universite, Professeur de Litterature/ 교육 칼럼니스트/ 상담  cyoon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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