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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유학 : 프랑스 교육은 "파견"을 전제로 한다(2)-프랑스의 교육 이념(3)

 2005년 2월 어느날. 맑음.
 오늘도 하루가 별 일 없이 지나갔음에 감사한다. 학교에서 다섯 시간, 누리에서 두 시간 수업을 했고 상담을 한 건 했으니 이제 교육 원고와 파리에 대한 원고만 남은 시간이다.
낮에는 햇살이 고와서인지 밤이 참 곱다고 느껴진다. 청명한 밤. 산책을 하고 싶다. 새벽이슬에 젖도록 걷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건 나를 나 되게 믿어 주는 사람을 만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 여름 누리에서 한국 체험 캠프를 부탁했던 한 학부모님의 목소리가 계속 귀에 남는 건 나를 믿으시는 그 마음결에 감복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말씀을 하시는 목소리의 절박한 파장이 아직 내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지난 주 한위클리가 우편으로 왔다. 다시 내 글을 읽어보았다. 마음만 앞서느라 잘 표현되지 못 한 글의 전형. 얼굴이 화끈하다. 내 학생들도 볼텐데…. 이번 호에 다시 설명하리라.
 사실 내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프랑스 교육의 파견이라는 의미가 우선은 상위 학교로의 파견, 사회로의 파견이라는 두 층위로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한국인이 올바로 파견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쓰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글 속에서는 뭔가가 뒤죽박죽이었다. 너무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흥분을 했던 모양이다.
 다시 정리해 보면 우선 상위 학교로의 파견이란 내용부터 정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상위 학교로의 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진학률과 일류대 진학률을 의미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의 상위 학교 진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교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대학을 못 간다. 그리고 다른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그 경우 평생 공부를 못 한 설움이 남는다.
BAC에 세 번 떨어진 장 꼭도  프랑스의 경우는 다르다.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교사들은 그 학생에게 공부가 '맞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요리나 운전이나 그런 어떤 재주 중의 하나일 뿐 다른 재주보다 더 우월한 무엇이 아니다.
 나는 운전면허 시험을 일곱 번 떨어지고 운전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듯이 공부가 재미없고 하기 싫은 것은 그것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잘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간 경우보다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했을 때 삶의 질이 떨어질 리가 없는 사회 구조의 도움도 있겠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런 교육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어느 직종이든 잘 하면 인정받는 사회로 성장한 것이었었을 게다.
 사실 한국에서의 적성 검사는 그 결과가 참 웃긴다. 누구도 그 결과에 나온 직업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을 갈 때 어느 과를 선택할까라는 대학 위주의 사고 속에서 고른다. 따라서 이 아이가 이과일까 문과일까 에만 신경을 쓴다. 사실은 전혀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적성이 운전이라고 나왔다고 해 보자. 아마 교사든 학생이든 학부모든 대학 대신 운전 학원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에 운전학과에 가까운 과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할지언정. 그러나 이곳에서 적성 결과가 나오면 대학 밖에서 생각을 한다. 그러니 대학 대신 운전학원에 가는 것도 이상할 리가 없다. 그래서 BAC을 세 번 떨어진 장 꼭도도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상위 학교로의 진출과 나중의 사회에서 성장하며 가지게 될 사회 캐리어는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공부가 적성에 맞는다면 잠시 대학이라는 과정을 거쳐 사회에 나갈 것이며 공부가 적성에 안 맞으면 자신에게 좋은 공부를 더 하여 사회에 전문인으로 나설 것이다. 학부모 상담 시 한국 학생에게 공부가 별로 안 맞으니 대학을 가지 말고 기술을 배우라고 한다면 아마 초상집 분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부모님들은 학생의 적성을 일찍 발견해 줘서 고맙다고 한다. 학부모님들의 교양이나 인격 혹은 욕심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차이이다. 이 사회 구조의 차이를 인식시킬 수 있는 글을 써야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논리가 실재하는 것임을 믿을까.
 오늘 미국의 이민 2세와 이곳의 이민 2세의 차이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었다. 분명 미국의 한국인 가정 중 많은 가정은 이민 2세 교육에 성공을 하였고 또 실패를 하였다. 이제 이민 2세가 사회로 막 나서기 시작하는 프랑스에서는 미국의 이민2세들이 거친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에 미국에서 친구 부부가 이이들과 함께 파리에 놀러 왔다. 아이들은 이제 갓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거의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아서 완전히 영어만을 썼다. 한국어는 잘 이해도 하지 못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들의 영어가 그 아이들의 영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아이들을 규제 혹은 통제할 방법이 없고 또한 설득시켜 내지도 못했다.
 그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혹시 한국과 미국의 사이에 있는 태평양 어디쯤에 둥둥 떠다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 그들이 미국의 중심부에 편입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프랑스에서 자라 난 교포 2세들은 한국말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한국말을 그리고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부모와 계속 대화가 가능함을 의미하며 그런 경우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진다거나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아이들이 프랑스에 적응하는데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불어가 느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가 어눌할수록 부모를 알아보지 못한다. 부모를 알아보지 못 하는 한, 아이는 자존감을 가질 수 없게 되고 프랑스를 우상으로 보고 자기 열패감에 쌓이게 될 것이다.
파견의 범위를 넓히자 이제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상당히 괜찮은 나라 ‘꼬레’를 물려 줄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 한국은 프랑스와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한국과 프랑스를 모두 이해하는 인력이 무척 많이 필요할 것이다. 프랑스의 웬만한 기업에 취업하는 것 보다 한국의 일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더 좋은 삶의 질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미래가 보인다.
 한국어가 모국어로서 뿐 아니라 사회생활이 가능한 부국어로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 즉 우리의 아이들이 한국과 프랑스를 모두 넉넉히 자신의 안에 담고 있을 때 그 아이는 파견할 곳이 훨씬 넓어진다는 의미이다.
 이 두 가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독서가 필요하다. 한국과 프랑스의 책과 잡지와 신문 등을 쉬지 않고 읽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책에서 너무 멀어져 있는 아이들을 본다. 그 세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미흡하다. 2% 이상이 부족하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스스로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일 것이고 그때는 이미 늦은 순간일 것이다. (아, 누리에 다소곳한 도서실 하나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구이든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어를 학생들에게 잘 가르칠 수 있기 바란다. 분명 인간은 배우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애착을 가지게 되며 애착을 가지게 되면 길이 생긴다. 이 아이들을 세상이 필요로 할 때 잘 준비된 모습이기 바란다.
 한국어를 잘 배우기 위해서 학습을 받을 때 만일 국어 교과서 위주로 배운다면 이미 커리큘럼의 실패를 예감할 수 있다. 국어 교과서는 한국에 사는 그리고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한국 학교용 책이다. 아이들이 한국어가 성장하는 것은 한국의 학교에서도 국어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회과목이나 과학과목 등 여러 과목을 통해서 단어가 풍성해지고 각 상황에 따른 언어 행위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교재와 커리큘럼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학교 적응 과정과 사회화 과정에 대한 일종의 지침이 서고 그 방법이 옳게 규정된 매뉴얼이라도 나와야 할 때가 바야흐로 왔다.
 시간이 늦어졌는지 길이 조용하다. 고양이 방울은 알겠는데 누가 목에 걸 것인가. 그래, 교육은 혁명이다. 김수영 시인이 혁명은 고독하다고 노래했던 시구가  어렴풋이 귓가에 서성댄다.

 [글 윤철오 : 현 International School of Paris Coordinator de Universite, Professeur de Litterature/ 교육 칼럼니스트/ 상담  cyoon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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