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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유학 : 프랑스 교육은 "파견"을 전제로 한다 -프랑스의 교육 이념(2)

원래의 순서대로라면 이번 호에는 중립의 개념을 소개하기로 하였으나 오늘 아침에 어느 학부모님께 받은 한 통의 전화로 주제를 파견으로 바꾸게 되었다. 프랑스교육의 이념 세 가지 중 마지막의 것이다. 마지막이란 그만큼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궁극적이라는 의미이다.
"교육은 파견을 전제로 한다" 가톨릭에서는 ‘미사’라는 단어를 쓴다. 이 미사가 곧 파견의 의미라 한다. 불어의 'mettre'의 과거 분사인 'mis' 역시 라틴어의 같은 원형에서 출발하였다. 어디엔가 가져다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교육을 다 받고 나면 어디론가 떠나게 되어 있다. 그 떠나서 도달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교육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서의 현실론, 사회 현장론이 대두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주말부터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았고 오늘 아침까지 몸이 찌뿌둥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기분도 좀 혼탁한 편이었다. 출근 시간이 다 되도록 늦장을 부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누리는 전화기가 별로 효율적으로 배치되어있지 않아서 벨만 울리면 날라 가야 간신히 받을 수 있다.(실은 언제고 전화 받으러 가다 내려앉을 것 같은 불안한 나무 계단을 뛰어 올라가야 된다.)
 전화 저 편에서 상담을 원하시는 학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곳 교민으로 학생은 현재 이곳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그 아이가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중간자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부모님은 학생에게 한국을 올바로 알리고 싶다고 하셨다. 방학 중 한국 방문 교육까지를 생각하고 계셨고 그 분 말씀을 들으며 프로그램만 정말 잘 짤 수 있다면 그래서 학생들이 자신의 뿌리에 인식이 심겨져야 할 때에 그 뿌리를 심어 줄 수만 있다면 너무 값진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이야기에 나중에는 내 귀에서 말벌 두 마리가 봄 꽃 위에서 붕붕거리며 날라 다니는 소리만이 들렸다.
 사실 누리를 시작하고도 누리의 사명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파견이란 의미와 누리를 연결시켜서 생각하기 시작한 이상 오늘이 누리에는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는 날이 아닌가 슬금슬금 비 온 날 고슴도치 나오듯 어디선가 소망이 짜릿하게 올라온다.
 일차적으로 파견의 개념이 교육에 들어 온 것은 교육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국가 의무로 규정되면서부터 였다.
 국가는 국가의 예산을 들여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인적 자원을 길러낸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이란 국가의 필요 기관이나 국가의 산업, 경제, 문화 예술 등 각 방면의 필요한 곳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계발된 인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산이 들었으니 소모되고 말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프랑스의 교육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훈련 적이며 창조적이다. 사회에서 바라는 것은 구체적이고 방법적인 것이다.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프랑스 교육 형식주의적인 것은 사회에서는 비효율적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므로 교육 속에서부터 배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과제물을 처리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한 것이지 내일 선생님에게 검사를 맞기 위함이 아니다. 이 작은 원칙마저 무시되는 교육 현실이라면 분명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형식적인 과제를 내 주어 책상 앞에 앉은 시간을 늘리고 있다면 그건 고문이지 교육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곳의 과제물은 연구 과제가 많다.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 한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상상도 못 하게 깊게 들어가게 된다.
 한국에 있는 한국 학생의 99%는 장래 희망을 ‘모른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도 그런 질문을 많이 들어 봤지만 제대로 생각해 본 흔적이 없다.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한 번도 그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알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알아야 좋아할 수 있는 것이고 알아야 소망도 가지는 법인데 늘 형식주의가 가로막는다. 예를 들어 student라는 단어를 열 번 쓰라는 숙제를 받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s 열 개 쓰고 t 열 개 쓰고 하는 식으로 열 번을 채울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외울 단어를 외우기 시작한다.
 한국 교실에서 일어나는 실상이고 우리 대부분의 부끄러운 학습 개념이다. 그래서 숙제 외에 공부를 해야 공부라는 개념을 갖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과제물은 무척 고심하여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 과제물에 최선을 다 하면 그것으로 공부는 깊어진다.

"내가 좋아서 연구한다"
  여기에서 학교를 다니는 한 여중생은 말을 무척 좋아한다. 말에 대한 글을 읽고 책을 사며 그 말들을 연구한다. 어른인 우리는 그 아이가 그렇게 말을 좋아하는 것이 좀 의아하고 때로는 걱정스럽다. 차라리 소를 좋아하거나 차를 좋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그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이 알게 되는 어떤 사실에 또 그렇게 매달리고 연구할 것이다. 이미 말 연구를 통하여 그 아이는 연구가 주는 장점과 연구의 방법을 알고 있다. 또한 ‘알게 된다.’는 것이 능동적인 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기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능동적 자세를 원하지 형식주의적 자세를 원하지 않는다.
 경쟁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경쟁이 목표가 되어버리면 원래의 의미는 타락하고 형식주의가 자리 잡는다. 왜냐하면 파견의 거리가 너무 짧아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교육이 대학을 가는데 필요하지만 그 대학을 간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나온 사람이 중학교 교육만 받은 사람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생활을 더 잘 해야 한다. 실력 뿐 아니라 능력에서도 더 우수해야 한다. 사회적 규칙을 더욱 효율적으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육이 근시안 적인 것을 벗어나 있어야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보다 멀리까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BAC 후의 몇 년을 더 공부했나"가 중요
 대학이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자가 우상화되고 있지 않도록 사회의 제도가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언제고 대학 졸업이냐고 묻지 않는다. Bac 후에 몇 년의 과정을 더 공부하였는가 묻는다.
 BTS의 실용적 교육 커리큘럼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또 이를 지도하는 학교의 제도나 교수 역시 이 제도에 절대적으로 걸 맞는 사람들이다. 물론 BTS과정은 대학 과정이 아니다. 소위 그렁제꼴 출신들은 일반 대학으로 돌아가서 박사를 한다. 그리고 식민지인 곳 혹은 식민지였던 곳에서 졸업 후의 생활을 시작한다. 파견의 의미이다.
 현재 총리인 라파랭도 튜니지아에서 그의 관료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므로 사르코지의 이민 쿼터 제도에 자신 있게 반박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은 현실과 자신의 미래와 내용적으로 결부되어야 한다. 디플롬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감히 진단 내리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 자란 한국의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 것인가? 그들의 장래는 도대체 무엇과 결합되어 움직일 것인가?
 일단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징을 한 가지 알고 지나가자. 청소년기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권위를 일단 부정하는 시기이다. 이때 일단이라고 말한 이유는 대부분 부정할 실력도 없으면서 부정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라는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어진 권위에서 벗어 날 필요가 있다.
"셀프"를 키워가는 청소년기
 자아를 범박하게 둘로 나누면 소위 타인과 동일해지려는 에고(Ego)가 잇고 남과 구별되려는 셀프(Self)가 있다. 유행에 맞추어 옷을 입으려는 심리는 남과 같아지려는 에고와 그러면서도 내 것과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지저분해지는 셀프의 두 심리를 동시에 가진 것이다.
 청소년기는 이제 셀프를 키우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에고의 특징인 모방을 버리려고 노력한다. 어려서는 저게 뭐야 라는 질문이 커서는 "왜?"로 바뀐다. 부모님들은 더욱 귀찮아진다. 그런데 그 질문의 변화를 성숙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처럼 외국에서 자라나는 한국 아이들은 그 시기가 되면 둘 중의 한 가지를 버리려고 한다. 한국을 버리거나 프랑스를 버리려고 한다.
 이곳에서 어렵게 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우리 아이를 프랑스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곳에서도 우리 아이를 한국아이로만 남기려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자기 정체성과 프랑스 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모두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니, 모두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곳의 학생들은 커 가면 커갈수록 프랑스의 정체성에만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 것이고 무엇을 아이들에게 더 불어 넣어 주어야 할 것인가? 이 두 가지의 정체성을 모두 이해한 아이들을 우리는 지구촌의 아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리고 그곳이 우리가 아이들을 파견할 곳이라고 생각하자.
 [글 윤철오 : 현 International School of Paris Coordinator de Universite, Professeur de Litterature/ 교육 칼럼니스트/ 상담  cyoon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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