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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유학 : 자율적인 규율성 가지게 해야 -"교민 자녀의 교육(3)"

 몇년 전 한국 대통령 선거 때 어느 스님이 출마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어느 분이 그 사람을 찍어야 할 것 같다는 심각한 고백을 했다. 그 이유는 그 후보의 선거 공약에 '불효자 사형'이란 구절이 있어서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과장된 부모님의 심정이겠으나 웃고 지나가기에는 그 스님이 꽤 표를 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녀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무슨 의미일까? 부모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족은 자녀 중심으로 변했으며 요즘 올바른 권위를 가진 아버지들을 발견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서도 일방적인 관계는 끝이 났다. 복종 내지 순종의 문제는 이제는 무슨 암몬 조개처럼 화석이 된지 오래이다.
 따라서 자녀가 공부를 하라고 하는데 공부를 하지 않는다든가 옳은 일을 하도록 하여도 말을 듣지 않을 때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녀들은 왜 부모의 말을 듣지 않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 일을 하도록 부모가 자녀에게 시키기는 했지만 부모가 주장하는 이유가 자녀들에게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른이 자녀에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며 설득하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다. 자녀들은 이미 부모와 자신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이 분리 즉 독립이 이루어져야(경제적이든 심정적이든) 자녀들은 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경험을 말할 때 자녀들은 그 경험을 절대로 공유하지 않겠다는 반발 심리가 이미 방어기재로 존재하고 있다. 그 경험이 아무리 눈물겹거나 황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녀에게는 소용이 없다. 그들은 어른이 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어른스러운 이유를 알려주고 함께 대화하여야 한다.
 16세기를 전후한 한국의 역사는 양대 왜란과 호란으로 어지러웠지만 가장 학문의 융성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홍길동의 저자이자 서얼 출신 천재로 여겨지는 허균의 학문에 대한 글을 잠깐 인용해보려고 한다.
 ‘옛날에 배우는 사람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건사하려고 했던 것만은 아니다. 대게 이치를 궁구하여 천하의 변화에 임하며 도를 밝힘으로써 미래의 학문을 열어 젖혀  천하 후세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의 배움을 높여야 할 만한 것임을 (생략)'
 자녀들에게 공부하도록 하는 이유가 ‘너희가 자라서 행복하기 위해서는...’으로 시작해서는 자녀들의 영혼을 울리지 못한다. 인간은 젖먹이일 때 가장 이기적이며 가장 단순한 것에 만족한다. 자라면서 점점 이타적인 행위와 공동체적 의식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또한 자기 배부른 것 외에 가치가 있음을 알기 시작한다. 그런데 공부의 목적이 내 배 부르는 것이라고만 한다면 자녀의 정신적 성장 방향과 반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허균은 남쪽의 월나라로 가야 하는데 말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있는 꼴이라고 비유한다. 자녀에게 올바른 책임감을 길러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성장의 방향이니 설득력이 있다. 자아는 행성의 운행과 같이 혹은 사계절의 진행과 같이 가려는 방향이 있다. 그 방향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
 이는 두 가지의 이유이다. 우선 자신의 삶을 제대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율성이 아직 제대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상 정리가 더디다든지 과제물을 처리하는 것이 늘 과제물 검사 전 날이라면 아직 자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자녀에게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은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한 순간 폭발적인 분노의 표출이나 폭력의 행사는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한다.
 이곳의 학교나 교사는 우리 부모님들보다 훨씬 엄격하다. 결코 폭력을 행하는 법은 없지만 정당한 이유로 끝까지 요구하고 끊임없이 확인하며 원래의 약속대로 모든 것을 처리한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반복한다. 이를 ‘규율(discipline)'이라고 부른다.
자기 규율을 키워주는 부모
 아직 자율성이 없는 학생은 이 '규율성’이 모자란 것이다. 부모님의 경우 이때는 학생의 잘잘못에 대핸 판단이나 천성을 생각도 고려도 용서도 말고 해야 할 일을 마칠 때까지 확인하고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여야 한다. 만일 자녀가 거부할 경우 감정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그에 준하는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치사해 보여도 용돈을 깎는다든가 (사회에도 연봉 삭감이라는 벌이 있지 않은가) 또는 외출을 금지시킨다든가 하는 것 등이다. 만일 부모가 감정이 격해서 대응하면 분명히 자녀가 불쌍해 보여서 어설픈 용서나 위로로 끝낼 것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자녀를 대했던 것이 나이에 걸맞은 자율성을 갖춘 자녀를 길러내지 못한 까닭이다. 따라서 냉정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대응해야 한다. 목소리 적은 사람이 이기는 원탁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두 번째는 학생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곳에서는 과제물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검사’를 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력향상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이 과제물을 처리할 때 정성을 기울이도록 도와야 한다. '숙제 얼른 하고 또 네 공부하라'는 명제는 프랑스 학교든 인터내셔널 계통의 학교에서든 성립되지 않는 명제이다. 자녀가 과제물 처리에 정성을 쏟는다면 그 다음 시험의 성적은 기대해도 좋다. 그 다음으로는 과제물을 받자 마자부터 계획을 세워서 그에 따라 차근차근 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지속적으로 학습을 할 것이며 자신에게 책임지는 성숙한 인격체를 가질 것이고 바람직한 사회인이 될 것이다.
 [윤철오: 현 International School of Paris Coordinator de Universite, Professeur de Litterature/ 교육 칼럼니스트/ 상담  cyoon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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