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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유학 : 부국어(父國語)로서의 불어와 '동화'라는 이념-프랑스의 교육 이념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불어라는 적과의 영원한 동침에 들어가게 된다. 박사과정인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과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수준의 불어가 되지 않아서 고민이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역시 자신이 익숙한 언어임에도 불어 과목에서 떨떠름한 점수를 받기 십상이다.
처음에는 쉽게 '오께'를 얻지만..
 프랑스 교육의 이념은 동화와 중립 그리고 파견이라는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동화라는 면을 살펴보면 프랑스 교육 기관은 대단한 자율성이 주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엄격한 약속이 존재한다. 소위 교양 있는 규율이 그것이다. 이 규율은 어떤 사적인 관계 속에서도 잘 깨어지지 않는다.
 프랑스를 이루는 정신사 속에는 그리스와 로마가 공존하는데 로마는 소위 관용에 의한 동화정책을 지향한다. 소위 톨레랑스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 학생이든 과정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자국에 대한 학습 등 폭 넓게 연구 주제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다른 한 가지는 폐쇄적인 그리스의 전통이다. 아테네는 민주정치가 발달되고 자유가 주어졌지만 자국 위주였고 상당히 강력한 규율이 존재하였다. 19세기 말 파리를 다시 정비할 때 파리는 그리스의 전통을 따른다. 어쩌면 교황청의 엄격한 규율이나 프랑코 족이라는 게르만적 전통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규율을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사회논리를 잘 보면 오히려 아테네 전통의 전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늘 처음이 쉽다. 입국이 쉽고 입학이 쉬우며 처음 계획을 말하면 거의 오케이라는 단어의 희한한 불어 억양인 '오께'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의 뜻은 ‘알았으니 너가 알아서 잘 해보라’는 의미이지 자신이 관계될 때 책임지고 잘 해줄 수 있다는 영어에서의 오케이가 아니다.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 입국할 때와 프랑스에 입국할 때의 피곤함의 차이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런던 워털루 역에서는 입국 심사가 있지만 파리 북 역에 내려보면 허망하게도 그냥 국내선이 도착한 것과 다름이 없다. 대한항공으로 입국할 때 공항직원의 나른한 표정이란 프랑스의 시작이 얼마나 쉬운지를 증명하는 표정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체류증을 받으려면 꽤나 까다롭다. 입학하고 시험을 보면 꽤나 까다롭다. 일단 들어 올 때는 관용적이지만 들어 온 후에는 이곳의 법을 따르라는 것인데 그 법칙이 꽤나 까다롭다. 이곳에서는 적응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동화이다.
동화(同化)되길 원하는 프랑스식 방법 다시 불어 공부로 가 보자.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살다시피 한 교포 이세들 역시 불어로 괴로움을 겪는다. 프랑스인에게 과외를 시켜 보지만 별반 효력이 없다. 왜 모국어를 학교에서 배우는가? 집과 친구들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을. 이유는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을 ‘모친 학습’이라 일컬으며 권위에 의한 교육을 ‘부친 학습’이라 일컫는데 학교는 바로 부친 학습을 담당함으로 ‘모국어’를 ‘부국어’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모국어는 자연스런 소통의 언어라면 부국어는 사회적 기능을 가진 소통을 의미한다. 즉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학생들은 모국어인 불어는 잘 하지만 부국어로서의 언어에 대한 개념이 약하기 때문에 언어에 문제가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에서 공부를 할 만큼하고 대학 등의 교육 과정에 입학한 유학생들은 ‘부국어’는 강하나 ‘모국어’로서의 불어가 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프랑스 사회에서의 동화란 모국어가 아닌 부국어로서의 불어에 의존된다. 왜냐하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하는 언어는 이 부국어가 기준이고 이 부국어는 앞서 말한 교양 있는 규율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오케이와 오께가 다른 것은 단어의 뜻의 차이가 아니라 그 문화의 차이이다.
 영어 선생이 프랑스에서 살기 힘든 이유를 말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외국인이 영어를 틀리게 말해도 그 사람 면전에서 잘 못된 것을 지적하고 교정하는 것은 실례인데 이곳에서는 자기가 잘못 말하면 프랑스 인들은 바로바로 교정을 해준다는 것이다. 처음에 자신에게 그처럼 대하는 프랑스인들은 매우 무례해 보였다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의 부국어에 집착하는 한 단면이다. 엄마들은 온화하지만 아빠들은 엄격한 것이 원래적인 가족에서의 모습이다. 요즘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명제라 하더라도. 어쨌든 부국어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적 언어이다.
 각 국가마다 설득의 논리와 방법이 다르다. 각 사회마다 의사 결정의 방법이 다르다. 이 차이를 가르치는 것이 부국어라 할 수 있다. 이곳의 중등 교육 기관을 다니는 학생들은 이곳 프랑스 어른들의 문화를 잘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니 세련되고 사회화된 의사결정 과정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시험 답안지에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곳의 어른스러운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 문학 작품을 분석할 때 제 삼자적인 의젓함으로 분석하여야 한다. 이것이 부국어이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주절주절 이야기 해 놓는다. 마치 엄마들이 드라마를 보고 그 내용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듯이. 이 사적인 감정은 사회에서는 금기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어의 성적은 20점을 우러러 볼 뿐 다가갈 길이 없다. 그래서 불어가 중요한 다른 과목들, 예를 들어 역사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어진다.
 대학 이상으로 유학을 와서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한국에서 성인 사회 경험을 하였기 때문에 최소한 부국어의 코드가 잡혀있다. 그런데 그 코드가 이곳의 코드와는 어딘지 다르다. 내용도 좋고 기반 지식도 단단해 보이지만 논문이 어딘지 이상하다. 그 이유는 이곳의 논리 전개 방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이 개념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소위 프랑시세(프랑스화)에 대한 뿌리깊은 자긍심이 있기 때문이고 그런 많은 해외국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어를 잘 하게 된다는 것은 이곳에서 살아야 되니 빵을 사는 시장의 모국어로서의 불어도 개발해야 되겠지만 우선은 부국어를 갖출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는 것이다. 이네들은 어려서부터 나름의 공식화된 논리 전개 방식이 있다. 이 공식의 습득은 후일 프랑스 전문가로 대접받을 우리 유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프랑스 문화의 입구이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스스로 공부하는 부분을 늘 정리하고 그 부분의 주제를 잡아 발표하듯 공부하는 것이 좋다. 이차세계 대전 후의 역사를 배운다면 그 시대의 몇 가지 키워드만을 적은 원고를 들고 식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그때까지 배운 요약(RESUME), 정리(RENDU CONTE), 종합(SYNTHESE)등의 방법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된다.
말과 글은 연결되어 있다우선 말로 할 수 있어야 글도 설득력을 가진다. 원래 설득력이란 구어적이지 문어적이지 않다. 문어체는 어디든지 과장과 형식주의가 숨어있기 마련이며 대상을 직접 두고 있지 않으므로 설득력이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사회적 설득력을 갖춘 올바른 부국어를 하기 위해서는 구어 발표가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학생이 과제물을 제출하려 할 때 1) 그 과제물의 주요 단어만을 고르도록 하고 2) 그 단어를 중심으로 부모 앞에서 발표하도록 하며(무슨 과목이든 마찬가지이다. 미술 그림 숙제의 경우에도 말이다.) 3) 자신의 과제에 대하여 스스로 평가하도록 시킨다면 가장 빨리 불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대학 이상과정의 학생들은 나름의 설득 방법이 있으므로 자신이 발표하는 것으로는 큰 효과를 얻기 힘들다. 동일한 부국어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많이 들어야 한다. 요즘 서점에는 쟈크 들뢰즈 등의 강연 CD가 지천이다. 어디에서든지 유명인의 인터뷰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또한 책들 역시 인터뷰를 묶은 것들이나 콜로퀴움 원고를 바탕으로 엮은 많은 책들을 볼 수 있다.
 그 책들을 보고 또한 가능한 한 많은 세미나에 참석하여 그들의 논리 전개 방식, 의사 결정 방식 그리고 설득의 코드를 감상하며 깨달아 가야한다. 한국에 한 해라도 빨리 돌아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첩경이자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괴롭지 않게 제대로 교양있는 규율을 누리며 살아가는 비법이다.
지성이라고 감천이라면 이 세상은 재미없다. 나무가 탐스럽게 잘 큰 튼실한 나무라면 열 번 찍어 넘어가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은 나의 정성과 상대방의 방향이 맞아야 일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나의 일방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탐스런 나무를 베고 싶으면 어디를 어느 크기의 도끼로 찍어야 할 지 살펴야 할 것이고 전기 톱이 있으면 더 쉽게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죽어라고 방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는 결코 부국어는 강해지지 않으며 부국어가 약한 한 이 사회에서의 고립은 심해질 뿐이다.
 자녀의 불어 발음이 좋다고 불어를 잘한다고 기뻐한다면 그것은 언어의 절반만을 본 것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절반의 성공이 곧 절반의 실패라는 아픔을 맛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학습 방법은 귀찮아 보인다. 그러나 학습방법은 가장 노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주는 배전판이다. 좋은 습관을 가지는 데는 8주가 걸린단다. 8주만 견디면 왕도가 나의 것이거늘 어찌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금연하는 독함이면 못 할게 없을 것이다.
 [글 윤철오 : 현 International School of Paris Coordinator de Universite, Professeur de Litterature/ 교육 칼럼니스트/ 상담  cyoono@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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